압도적 액션과 더 커진 스케일
『범죄도시4』는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더 커진 스케일과 강력해진 액션을 선보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동석 배우 특유의 묵직한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며, 보는 내내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한 주먹질을 넘어 다양한 액션 스타일이 가미되어 더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도심 한복판을 질주하는 추격신이나, 체육관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은 마치 잘 짜여진 액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카메라 워킹 또한 과감해져 현장감이 대폭 강화되었으며, 관객을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또한 악역들의 포스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습니다. 김무열과 이준혁이 각각 다른 스타일의 악역을 맡아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립 구조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는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줍니다. 전작에서 아쉬웠던 단조로운 악당 캐릭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유머감각도 여전하여,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군데군데 터지는 웃음 포인트가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액션과 스케일 측면에서는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 복잡해진 스토리, 그러나 아쉬운 디테일
『범죄도시4』는 단순했던 1, 2편과 달리 스토리가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국제 범죄조직과 IT 범죄라는 신선한 소재를 도입해 현대 사회의 범죄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시도를 보입니다. 특히, 기존에 주먹과 칼로 해결되던 범죄가 아닌, 더 정교하고 치밀한 범죄 수법이 등장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는 분명 시리즈의 확장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이야기의 디테일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서브플롯들이 있지만, 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기보다는 각각 따로 노는 인상을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악당들의 배경 설명이나 범죄 조직의 구체적인 활동 묘사가 다소 얕게 다뤄져 몰입감을 저하시킵니다. 또한,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의 수사 과정이 다소 일직선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복잡한 스토리를 선택한 만큼, 세부적인 논리성과 전개 방식에도 더 많은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간결함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리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치밀한 서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캐릭터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에너지
『범죄도시4』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캐릭터입니다. 마석도라는 캐릭터는 이제 한국형 히어로에 가까운 아이콘이 되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마동석 특유의 인간미와 압도적인 피지컬은 관객에게 든든함을 선사하며,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결코 무겁게 가라앉지 않게 합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도 눈에 띕니다. 새로운 팀원들과의 케미가 기대 이상으로 좋으며, 이들의 조합이 시리즈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코믹 릴리프 역할을 맡은 인물들의 재치있는 대사는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반면, 악역 캐릭터들도 단순히 '나쁜 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동기와 성격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설정되어 있어 이야기의 밀도를 높입니다. 김무열, 이준혁 모두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서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이 다소 급격히 줄어들거나 서사상 처리가 급박하게 이뤄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조금 더 깊게 다뤘다면, 영화가 훨씬 풍성해졌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극을 끌고 갈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입니다.